4. 언약 계시의 점진적 확대
Progressive magnification of covenantal revelations
1) 구약에 나타난 언약들
인류의 시조 아담이 하나님의 말씀(창2:17)을 어기고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실과를 먹음으로 말미암아 하나님과 인류 사이에는 죄로 인한 단절이 일어났습니다. 이렇게 깨어진 관계를 회복하시기 위하여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을 택하시고, 그들과 언약을 맺으시며, 점진적으로 그 언약을 성취하심으로써 구원 역사의 완성을 향해 달려오셨습니다.
언약에 대한 최초의 계시는 창세기 3:15에 나타난 ‘여자의 후손“입니다. 이것은 타락한 인간을 구원하시겠다는 하나님의 의도가 분명히 나타난 최초의 언약입니다. 구속사가 진행됨에 따라 점차적으로 분명하게 계시된 언약들은 모두 이 언약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그 후에 하나님의 언약은 구약의 역사 속에서 시대마다 다른 모습으로 발전하였습니다. 노아와의 언약(창9장), 아브라함과의 언약(창15장, 17장), 모세와의 언약(출19, 24장), 다윗과의 언약(삼하 7장, 대상 17장, 왕상8:25, 시132:11), 예레미야를 통한 새 언약(렘31:31-34), 에스겔과 맺은 영원한 언약(겔16:60-63)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러한 여러 언약들 중에 아브라함과 맺으신 언약을 중심으로, 특히 창세기 15장의 횃불 언약에 나타난 구속사적 경륜을 살펴보는 것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2) 아브라함과의 언약
하나님께서는 아브라함과 일곱 번에 걸쳐서 언약을 체결하셨습니다.
첫째, 창세기 12:1-3에서 아브라함을 부르시고 첫 약속을 하셨습니다.
둘째, 창세기 12:7에서 최초로 가나안 땅을 약속하셨습니다.
셋째, 창세기 13:15-18에서 다시 가나안 땅을 약속하시고 자손에 대한 약속을 하셨습니다.
넷째, 창세기 15장에서 ‘횃불 언약’을 통해 자손과 가나안 땅에 대한 약속을 재확증하셨습니다.
다섯째, 창세기 17:9-14에서 ‘할례 언약’을 체결하셨습니다.
여섯째, 창세기 18:10에서 이삭 탄생에 대한 재 약속을 하셨습니다.
마지막으로, 창세기 22:15-18에서 이삭을 제물로 드린 후에 지금까지의 언약들에 대하여 최종 확증을 하셨습니다.
아브라함과 맺으신 이러한 언약들은 이후에 전개되는 구속사의 중심 내용이 되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애굽의 노예 상태에서 구원받고 가나안 땅을 정복하며 강력한 다윗 왕권을 수립해 나가는 역사 속에서, 아브라함에게 맹세하신 ‘언약’에 근거하여 하나님의 긍휼을 호소했고(출32:13, 신9:27, 왕상18:36, 대상29:18), 하나님께서는 아브라함과의 ‘언약’을 기억하시므로 그들을 도우셨습니다(출2:24, 6:5, 레26:42, 45, 신9:5, 왕하13:23, 대상16:15-18, 눅1:72-73).
시편 105:7-10 “그는 여호와 우리 하나님이시라 그의 판단이 온 땅에 있도다 8그는 그의 언약 곧 천대에 걸쳐 명령하신 말씀을 영원히 기억하셨으니 9이것은 아브라함과 맺은 언약이고 이삭에게 하신 맹세이며 10야곱에게 세우신 율례 곧 이스라엘에게 하신 영원한 언약이라”
3) 횃불 언약의 구속사적 의미
구약에 나타난 많은 언약들과 아브라함과 맺은 일곱 번의 언약 가운데서도 은혜 언약의 뜻이 가장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나타난 것이 바로 창세기 15장에 나타난 ‘횃불 언약’입니다. 하나님의 인류 구원 역사는 아브라함과 맺은 횃불 언약에 이르러 그 윤곽이 확연히 드러났습니다. 횃불 언약은 역사적으로는 이스라엘 나라의 회복의 뜻을 담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타락한 인류의 잃어버린 ‘땅’과 그 나라의 ‘백성’을 회복하시려는 구속사적인 중대한 뜻이 담겨 있습니다. 이 점에 대하여 신학자 에릭 사우어(Erich Sauer)는 그의 저서에서 말하기를 “구원사의 관점에서 볼 때, 이것은 구약에서 가장 중요한 언약 체결이다”(창15:9-18)라고 하였습니다.
실로, 횃불 언약은 선민의 선택, 번성, 국가적 형성 그리고 그들이 거할 처소인 가나안 땅을 얻게 되는 하나님의 구속사적 경륜을 가장 명확하게 밝혀 주는 언약입니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 면에서 나타납니다.
(1) 쪼갠 고기 사이로 ‘횃불’이 지나간 언약이기 때문입니다.
고대 중근동 지방에서는 중요한 계약을 체결할 때 계약의 당사자들이 많은 증인들이 보는 앞에서 짐승을 쪼개어 놓고 그 사이로 지나가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이것은 일종의 맹세의 언약으로, 만일 누구든지 이 계약을 어기면 ‘이 짐승처럼 쪼개짐을 당해도 좋다’라는 의미였습니다(렘34:18-21). 그런데 하나님께서 아브라함과 언약을 체결하실 때 쪼갠 고기 사이로 ‘횃불’이 지나갔습니다. 이 횃불은 하나님의 임재를 상징합니다(출13:21, 19:18, 20:18-20, 신4:11-12, 5:23-24, 사62:1). 곧 하나님께서 지나가신 것입니다. 이는 하나님께서 반드시 이 언약을 이르시겠다는 강한 의지를 담아 역설하신 것입니다.
(2) 하나님 나라 건설을 위한 가장 뚜렷한 약속이기 때문입니다.
구약의 많은 언약 가운데 하나님의 나라에 대한 가장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 바로 ‘횃불 언약’입니다. 창세기 15:7에서는 “또 그에게 이르시되 나는 이 땅을 네게 주어 소유를 삼게 하려고 너를 갈대아인의 우르에서 이끌어 낸 여호와니라”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횃불 언약을 통하여 아브라함의 후손에게 반드시 가나안 땅을 주시겠다고 선언하셨습니다. 그리고 아브라함부터 4대 만에 가나안에 들어갈 것이라고 약속하시고(창15:16), 가나안 땅의 경계까지도 정확하게 알려 주셨습니다(창15:18).
횃불 언약은 단순히 혈통적인 아브라함의 자손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닙니다. 궁극적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구원받은 영적 아브라함의 후손에게도 해당되는 약속입니다(롬9:7-8, 갈3:7, 27-29). 하나님께서 아브라함과 그 자손에게 가나안 땅을 주시겠다고 ‘영영한 언약’을 세우셨다면(시105:8-11), 그 언약은 오늘날 천국을 약속 받은 성도들에게도 유효합니다.
그러므로 횃불 언약은 과거에 이미 지나가 버린 언약이 아니며, 하나님의 나라를 간절히 소망하며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救主)로 믿는 성도들을 통해서 최종적으로 성취되어야 할 중요한 언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