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구속사적 경륜의 중심 예수그리스도
Jesus Christ, the Center of the Administration of Redemptive History
하나님께서는 사람을 만드실 때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하셨고(창1:26-27), 오직 그들에게만 우주의 소유권과 통치권을 위임하셨습니다(창1:28). 그러나 인류의 시조 아담과 하와는 하나님의 말씀에 불순종하고, 불신앙과 교만함으로 말미암아 세상을 정복하며 다스리는 능력을 상실하였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분명히 아담에게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실과는 먹지 말라 네가 먹는 날에는 정녕 죽으리라”라고 명령하셨으나(창2:17), 아담은 하나님의 말씀을 듣기보다 오히려 하와를 통해 뱀의 말을 듣고 타락하여 에덴동산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창3:24).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되어 하나님과 직접 교재하며 영생할 존재였던 인간은(전3:11, 참고-잠3:11), 허물과 죄로 말미암아 죽을 수밖에 없는 사망의 존재가 되었습니다(롬5:12, 6:23, 엡2:1, 골2:13, 히9:27). 공중 권세를 잡은 마귀에게 종속되어 그의 지배를 받아, 하나님의 무서운 진노의 대상이 되었던 것입니다(엡2:2-3).
이렇게 타락한 죄인을 구원하시기 위한 방도가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루시는 구속입니다. ‘구원’은 한자로 구원할 구(救), 도울 원(援)으로, ‘스스로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는 극심한 괴로움, 질병이나 커다란 위험에 처해 있는 자를 제 삼자가 건져 주는 일’입니다. 또 구속은 한자로 구원할 구(救), 바칠 속(贖)으로, ‘대가를 지불하고 구원해 내는 일’입니다. 다시 말하면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소유권을 회복하거나 압제로부터 풀려나는 것, 협소한 곳에서 넓은 곳으로 자유롭게 해방되는 것을 말합니다.
1. 구속사의 주인공 예수 그리스도
Jesus Christ, the center of the history of redemption
‘구속’은 헬라어 원문에 ‘뤼트로오’(구속-눅24:21, 벧전1:18-19, 딛2:14), ‘뤼트론’(대속물-마20:28, 막10:45), ‘뤼트로시스’(속량, 구속됨-눅1:68, 2:38, 히9:12) 등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이 단어들의 중심적인 의미는 ‘값을 지불하고 매입하여 자기 소유로 삼았다’입니다. 그런데 이 단어들이 예수 그리스도에 관하여 사용될 때에는 보다 더 심오하게 세 가지 뜻을 담고 있습니다.
1) 예수 그리스도께서 그의 구속 사역에서 모든 피택된 죄인들을 위하여 지불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같은 죄인들 가운데 얼마를 선택하여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구원을 받아 하나님의 자녀가 되도록 개별적으로 미리 정하셨습니다(마22:14, 롬8:29-30, 11:5, 엡1:4-5, 11, 벧전1:2). 이러한 예정은 절대 예정으로서, 이미 창세 전에 선택된 것입니다(엡1:4-5, 3:11, 딤후1:9). 절대 예정은 사람의 선행이나 공로, 혹은 노력에 의해 선택된 것이 아니며, 오직 하나님의 절대 주권적 의지에 따라 결정된 것을 말합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십자가의 값을 치르시고 예정된 백성을 구속하셨습니다.
2) 그 값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피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죄와 사망에서 구속하시기 위하여 지불하신 값은 자신의 보혈(precious blood)입니다. 우리가 구속함을 받은 것은 은이나 금같이 없어질 것으로 된 것이 아니요 오직 흠 없고 점 없는 어린 양 같은 그리스도의 보배로운 피로 된 것입니다(벧전1:18-19).
3) 구속함을 받은 사람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소유가 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자신의 보배로운 피를 값으로 지불하시고 우리를 사셨기 때문입니다(고전6:19-20, 7:22-23).
인류가 타락한 이후의 역사는 향방 없이 무의미하게 반복되어 온 것이 아니라, 만세 전에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택하신 성도들(엡1:4)의 구원이라는 궁극적인 목적을 향해 진행되어 왔습니다. 그러므로 구속사적 경륜의 주제는 타락한 인간의 ‘구원’이며, 그 역사의 중심에는 ‘예수 그리스도’가 계십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택하신 백성을 구원하신 유일하고 참된 구주이십니다(마1:21, 눅2:11, 요4:42, 행4:12, 5:31, 요일4:14).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동정녀 마리아의 몸을 통해 이 땅에 오실 때(사7:14, 마1:18-21), 완전한 신성(神性)과 동시에 완전한 인성(人性)으로 오셨습니다(요1:14, 빌2:6-8). 그러므로 말씀이 육신이 되어 도성인신(道成人身) 하신 예수 그리스도는 참 하나님이시며 동시에 참 사람(God-Man)이십니다(요1:1, 14, 18).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택한 백성의 죄를 대속할 어린 양(요1:29)이요, 화목 제물(롬3:25, 요일2:2)이셨습니다.
이 땅에서 펼쳐지는 모든 역사는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성취되며, 예수 그리스도가 다시 오심으로 완성될 것입니다. 성경은 이러한 구속사의 주인공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가리켜 ‘하나님의 비밀인 그리스도’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특히 골로새서1:26-27에서는 이 비밀에 대하여 네 가지로 말씀하고 있습니다. 골로새서1:26-27 “이 비밀은 만세와 만대로부터 옴으로 감취었던 것인데 이제는 그의 성도들에게 나타났고 27하나님이 그들로 하여금 이 비밀의 영광이 이방인 가운데 어떻게 풍성한 것을 알게 하려 하심이라 이 비밀은 너희 안에 계신 그리스도시니 곧 영광의 소망이라”
첫째, 이 비밀은 “감취었던 것입니다(골1:26).
‘비밀’은 헬라어로 ‘뮈스테리온’인데, ‘아직 밝혀지지 않은 사실, 숨겨져 있어서 외부에서는 알 수 없는 사실’을 뜻합니다. ‘감취었던’으로 번역된 ‘아포케크륌메논’은 ‘아포크륍토’의 완료 수동으로서, 감추신 분이 하나님이 심을 나타냅니다. 하나님께서 계시하지 않으면 인간의 지식이나 능력으로는 도저히 깨달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비밀은 계시를 통해 그의 백성에게 알려진 하나님의 구속사적 활동의 오묘한 신비로서, 하나님의 뜻입니다(고전2:7, 4:1, 엡3:3). 성경에서는 하나님의 거룩한 구속 경륜, 그리스도의 재림, 하나님의 나라, 복음 등이 비밀에 속한 것이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마13:11, 막4:11, 엡6:19, 계10:7, 암3:7).
둘째, 이 비밀이 감추어진 기간은 ‘만세와 만대로부터’입니다(골1:26).
여기 ‘만세(萬世)’는 헬라어로 ‘영원’을 뜻하는 ‘아이온’의 복수형이며, ‘만대(萬代)’는 헬라어로 세대를 뜻하는 ‘게네아’의 복수형입니다. 그러므로 ‘만세와 만대로부터’는 직역하면 ‘영원부터 그리고 이어지는 각 세대들로부터’라는 뜻입니다. 따라서 만세와 만대는 동일한 의미의 상이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에베소서 3:9에서는 ‘영원부터’라고 하였고, 고린도전서 2:7에서는 ‘만세 전’이라고 말씀하였습니다.
셋째, 이 비밀은 이제는 그의 성도들에게 나타났습니다(골1:26).
여기 ‘이제는’이란 단어는 헬라어로 ‘뉜 데’로서, 정확하게 번역하면 ‘그러나 이제는’이란 뜻입니다. 지금까지 감취었던 하나님의 비밀이 극적으로 나타나게 되었음을 의미합니다(롬16:25-26).
한편, ‘나타났고’라는 단어는 헬라어로 ‘에파네로데’로서, ‘파네로오’의 수동태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속사적 경륜의 비밀은, 하나님께서 그것을 성도들에게 나타내심으로써만 깨달을 수 있음을 뜻합니다.
넷째, 이 비밀은 “이방인 가운데도” 풍성히 알려져야 합니다.
골로새서 1:27에서 “하나님이 그들로 하여금 이 비밀의 영광이 이방인 가운데 어떻게 풍성한 것을 알게 하려 하심이라 이 비밀은 너의 안에 계신 그리스도시니 곧 영광의 소망이니라” 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이방인’이란 유대인 이외의 모든 족속들과 사신 우상을 섬기는 사람들을 가르킵니다(롬11:11, 15:9, 갈2:8). 원래 이방인들은 하나님과의 언약에서 소외된 자들이었으나, 하나님께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으로 말미암아 그들에게도 구원의 값진 선물을 주셨습니다(행26:17-18, 롬11:11, 25, 갈1:16, 3:8, 14, 엡2:11-14, 3:6). 이방인들이 구원받는 영광스러운 일에 대하여는 구약에 이미 여러 차례 예고되었습니다(창22:18, 창28:14, 사54:2-3, 말1:11). 예수 그리스도께서 오시기 전까지는 혈통적 유대인을 중심으로 하나님의 역사가 진행되었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대속 사건 후에는 그의 역사가 이방인에게까지 확대되었습니다. 로마서 2:28-29에서, 표면적 유대인은 혈통상의 유대인이요, 이면적 유대인은 혈통을 초월하여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이 있는 사람들을 가리킵니다(갈3:7-9, 26:29).
그러므로 이제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주 자나 남자나 여자나 상관없이 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가 되었고(갈3:28), 십자가의 복음은 유대인이나 이방인이나 모든 믿는 자에게 구원을 주시는 하나님의 능력이 되었습니다(롬1:16).
이렇게 이방인들이 구원을 통해 얻게 되는 풍성한 영광이 바로 ‘비밀의 영광’(골1:27)인 것입니다. 그래서 사도 바울은 자신이 이방인을 위한 그리스도의 일꾼 된 것을 영광스럽게 여긴다고 고백하였습니다(롬11:13). 우리도 이 복음의 비밀을 천하 만민에게 밝히 증거하여 ‘비밀의 영광’이 온 세상에 풍성하게 드러나도록 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