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리스도의 족보에 많은 인물들이 생략된 것을 볼 때, 예수 그리스도의 오시는 길을 예비한 남은 자들의 이름이 기록된 인물들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에 기록된 인물들은 요셉을 제외하면 모두 구약의 인물들로,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는 길고 긴 구약 역사(4,000 여년)의 요지(要旨)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존재했고, 예수 그리스도를 보여주기 위하여 존재했던 자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롬9:6-8, 갈3:16, 참고-요1:3, 5:39, 눅24:27, 44).

 

 한편, 족보 속의 각 인물들은 오늘날 우리의 신앙 노정을 환히 비추어 주는 등불입니다. 족보 속에 기록된 인물들의 행적과 그 이름을 통해 그 사적을 세밀하게 살피는 일은 뜻 깊은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특히 이름은 단순히 한 개인이나 호칭이나 다른 사람과 구별하는 표시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첫째, 이름은 그 존재의 본성(本性)과 활동을 의미합니다.

 

 이름을 알아야만 그 존재에 대한 바른 이해가 생기고, 나아가 그 존재의 활동상을 알 수 있습니다(창25:26, 삼상25:25). 이런 의미에서 히브리인들은 어떤 존재에 대하여 알고 싶을 때 제일 먼저 ‘그 이름이 무엇이냐?’라고 물었습니다(출3:13, 삿13:17).

 

둘째, 이름은 부모의 기대와 시대상을 담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자녀의 이름은 대부분 어머니와 아버지가 지어 주었습니다(창4:1, 25-26, 5:3, 28-29, 16:11, 15, 17:19, 19:37-38, 삿8:31, 대상7:23). 자식의 이름을 지을 때 아무렇게나 짓는 부모는 없습니다. 자식의 이름에는 부모의 신앙과 삶, 자식에 대한 소망과 기대는 물론, 더 나아가 그들이 살던 당시의 시대상이 폭넓게 담겨 있습니다(룻4:14-17).

 

셋째, 이름에는 구속사적인 경륜이 담겨 있습니다.

 

 성경에 나오는 이름들은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모든 성경은 하나님의 감동(inspiration, 영감)으로 되었으며(딤후3:16), 성령의 감동하심을 입은 사람들이 하나님께 받아 말한 것입니다(벧후1:21). 그러므로 아담 이후 인류 역사를 거쳐 간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에 기록된 인물들의 이름에는 각별한 구속사적인 의미가 있다고 할 것입니다.

 

 앞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에 나오는 인물들의 이름의 뜻과 그 어원 그리고 그들의 생애를 살펴봄으로써,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에 면면히 흐르는 하나님의 구속사적 경륜을 밝히고자 합니다.

 비록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에 빠져 있는 시대-사사 시대, 사울 시대, 북 이스라엘의 역사-라도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와 관련된 역사는 가능한 개괄적으로 다루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 족보에 나타난 구속사적 경륜을 밝히 깨달아, 거룩한 믿음의 계보를 이어 가는 경건하고 신실한 하나님의 자녀가 많이 나타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이스라엘이 바벨론으로 끌려갈 때 신앙이 전멸된 것 같았으나, 하나님은 그 시대에 ‘남은 자’들을 두시어 경건한 생명의 대를 이어가게 하셨습니다.

 그들은 하나님의 구속사적 경륜을 이어가는 거룩한 그루터기였습니다. 그래서 ‘남은 자’를 가르키는 히브리어 가운데 ‘샤아르’라는 말이 있습니다. 성경에 약 260번 정도 등장하는 단어로 ‘무가치하고, 수적으로 적은’(신4:27, 렘8:3)이라는 의미를 지나고 있습니다. 힘이 약하고 수가 적어 보잘 것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라지지 않고 남겨진 자를 가르킵니다. 그들이 남겨진 것은 하나님의 특별하신 은혜와 사랑을 입었기 때문입니다(롬11:5).

 하나님의 구속 경륜은 다수를 통해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경외하고 하나님의 말씀에 잘 순종하는 소수의 경건한 자손들을 통해 이어진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말2:15).

 

 이상에서 세 시기로 구분된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를 대략 살펴보았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는 이스라엘 백성의 끝없는 불신으로 말미암은 반역과 불순종의 부끄러운 역사를 가감 없이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인간의 부족함과 연약함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구속사적 경륜은 계속적으로 진행됨을 보여 주며, 한없이 나약하고 부족하여 실수투성이인 우리 인생들에게 한없는 위로와 용기를 더하여 줍니다. 마태복음 1장의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는, 죄와 불신의 절망 속에서도 오직 예수만을 바라보게 하는 큰 소망의 디딤돌이요, 최후 승리를 가져다주는 위대한 복음의 선포입니다.

 

 앞으로 예수 그리스도 족보에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족보에서 빠져 있는 인물들도 구속사적으로 자세히 살펴 봄으로 '성경인 하나님의 말씀, 하나님의 구속사'를 완전하게 볼 수 있도록 성령의 도우심으로 영계의 어두움을 밝히겠습니다.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