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라멕/Lamech
뜻: 강한 자, 정복자/a strong youth, the conqueror
성경은 가인 계열 내에서 언급되는 여섯 명의 인물 가운데 마지막 인물 라멕에 관하여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창4:19-24). 인간이 타락한 이후 죄악이 가인 계열을 타고 내려오다가 마지막 라멕에 이르러 어두움의 열매, 악한 열매를 주렁주렁 매달게 된 모습을 보여 줍니다.
라멕의 히브리어 어원은 확실하지 않습니다. 아랍어에 의거하여 살펴보면 ‘힘센 젊은이’, ‘압제자’라는 뜻이 있습니다. 랑게(Johann P. Lange)라는 신학자는 라멕의 뜻을 ‘강한 자’로 보았습니다. 그 이름의 뜻을 볼 때 라멕은 ‘나는 강하다’고 자부하는 교만한 자입니다.
이렇게 주변 사람보다 힘이나 세력에 있어서 월등하게 강한 자는 남을 짓누르고 폭력을 행하는 데 자유하며, 약한 자들에게 무슨 짓이든지 서슴없이 행하고 군림하려고 합니다. 그리고는 스스로 영웅 의식에 사로잡히고 하나님을 멀리 떠나게 됩니다.
아담 타락 이후 라멕이 보여 주는 악이 증대되어 가는 역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신성한 결혼을 육체적, 쾌락적으로 타락시켰습니다.
창세기 4:10에서 “라멕이 두 아내를 취하였으니...”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그 아내를 통한 각각의 자손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라멕의 처는 아다와 씰라이며, 라멕과 아다는 야발(목축업자)과 유발(음악가)을 낳았으며, 라멕과 씰라는 두발가인(철공업자)과 나아마(딸, 애교, 쾌락가)를 낳았습니다.
(1) 첫째 아내는 ‘아다’입니다.
그 이름의 뜻은 ‘장식한 자, 꾸민 자, 빛’입니다. 본성의 아름다움보다 남자를 유혹하기 위해서 겉치장을 꾸민다는 이름입니다. 좋은 옷, 좋은 화장품, 좋은 액세서리, 좋은 집, 좋은 차로 화려하고 멋지게 그 겉모양을 치장하는 것입니다. 하루 종일 오로지 몸단장하는데 시간과 정신을 다 쏟으면서, 거울 앞에서 스스로 만족하는 매우 천박한 여자라고 추정됩니다.
(2) 둘째 아내는 ‘씰라’입니다.
그 이름의 뜻은 ‘그늘, 그림자(엉큼한 곳), 보호(아무에게나 보호받기를 원함), 딸랑딸랑 울리다(이성을 향한 달콤한 음성)’입니다. 어딘지 음침하고 본성이 음흉한 여자입니다. 남편을 유혹하여 더욱 악을 조장하는 여자입니다. 남편과 귀를 즐겁게 하는 자, 엉큼한 마음을 가지고 아부를 잘하는 여자였던 것 같습니다.
라멕은 사람을 죽이는 살인행위를 하고 돌아와서 평소와 똑같이 아무런 죄책감이 없이 자기 아내들 앞에서 자신의 힘을 과시하며 섰습니다. 그리고 무기를 손에 잡고 부인들 앞에서 섬뜩한 살인에 관한 노래를 불렀습니다.
창세기 4:23-24 “라멕의 아내들에게 이르되 아다와 씰라여 내 목소리를 들으라 라멕의 아내들이여 내 말을 들으라 나의 상처로 말미암아 내가 사람을 죽였고 나의 상함으로 말미암아 소년을 죽였도다 24가인을 위하여는 벌이 칠 배일진대 라멕을 위하여는 벌이 칠십칠 배이리로다 하였더라”
두 부인은 라멕이 칼과 살인에 관한 노래를 하는데도 듣기 싫어하지 않고, 남편이 행한 악행에 충고는커녕 찬사를 보내고 함께 동조하여 박수를 보냈을 것입니다. 아마도 아내들은 남편 라멕을 즐겁게 하기 위해 아다는 매일 꽃단장하고 꾸미는 데 온 정신과 시간을 다 소모하고, 씰라는 라멕의 살인 노래를 같이 따라 부르고 온갖 유혹적인 애교를 부리며 딸랑딸랑 장단을 맞추었을 것입니다.
2) 라멕은 하나님의 이름을 도용하여 죄의식 없이 살인으로 보복 행위를 자행하였습니다.
라멕은 ‘나를 건드리는 자는 하나님께서 그를 77배로 보복해 주실 것이다’라고 노래하였습니다(창4:24). 라멕은 이처럼 하나님이 보복해 주신다고 노래는 했지만, 실제로는 자기가 보복을 자행하였습니다. 원수에 대한 보복은 하나님의 권한에 있습니다(신32:35, 롬12:19, 히10:30).
또한 가인을 향한 하나님의 특별한 배려와 자비책을 살인자에 대한 보호책으로 탈바꿈시키고, 긍휼의 법을 복수의 법으로 바꾸었습니다. 가인의 경우에 하나님은 그가 보복 당하는 것을 막아 주셨습니다. 그러나 라멕은 자신이 당한 부상에 스스로 보복을 했던 것입니다. 이것은 하나님 고유의 권한에 대한 침해였습니다.
라멕의 살인 노래 속에는 전지전능하신 하나님의 이름을 도용하여, 공개적으로 그 누구를 막론하고 무제한적으로. 보복과 살인극을 벌이겠다는 악의가 담겨 있습니다. 하나님 앞에 교만한 인간의 파렴치한 모습이요, 심각한 신성 모독입니다.
3) 라멕은 생명과 인간에 대한 가치를 우습게 알았습니다.
창세기 4:23에서 “라멕이 아내들에게 이르되 아다와 씰라여 내 목소리를 들으라 라멕의 아내들이여 내 말을 들으라 나의 상처로 말미암아 내가 사람을 죽였고 나의 상함으로 말미암아 소년을 죽였도다”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상함(창상)’은 히브리어로 ‘페차’로서, 생명에 해가 될 만큼의 중상이 아니라 가벼운 타박상이나 멍이 든 정도를 말합니다. 그는 겨우 작은 창상과 상함을 입고 자기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여러 사람 앞에서 자기 힘과 권력을 과시하면서 고귀한 생명을 무참하게 파괴하였습니다. 이는 하나님의 형상으로서 존중되어야할 생명을 가치 없는 것으로 여기는 악한 풍조가 성행하게 되었음을 말합니다.
4) 라멕은 투쟁과 살육을 배경으로 한 문명들을 그 자녀들에게 전수하였습니다.
가인 계통의 자녀 교육은 지성, 인성, 영성의 회복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집니다. 그들은 인본주의 세력을 확장시키기 위해 문명을 발달시켰고, 세대가 거듭될수록 더욱 더 하나님을 대적하였습니다.
(1) 라멕의 첫째 아내 아다에게서 낳은 아들은 야발과 유발입니다.
창세기 4:20-21 “아다는 야발을 낳았으니 그는 장막에 거주하며 가축을 치는 자의 조상이 되었고 21그의 아우의 이름은 유발이니 그는 수금과 퉁소를 잡는 모든 자의 조상이 되었으며”
야발은 ‘이끌다, 옮기다, 축축한데를 찾아가다’라는 뜻으로, 그는 육축을 치는 목축업의 선조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야발은 가축을 친 최초의 사람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아벨도 가축을 길렀기 때문입니다(창4:2). 야발은 천막에 거하면서 여기 저기 떠돌아다니며 가축 떼를 거래하는 인류 최초의 사람이었으며, 인류 최초의 상거래 자였을 가능성이 큽니다.
여기 ‘육축’의 히브리어는 ‘마크네’로서, 이것은 ‘사고 팔 수 있는 가축’이란 뜻입니다. 즉 상거래용의 살아 있는 재산을 말합니다. 그러므로 야발과 야발의 후손들은 가축을 거래하는 직업을 가진 자들이었습니다.
유발은 ‘소리, 음악’이라는 뜻으로, 그는 수금과 퉁소를 부는 음악가가 되었습니다. 그것이 하나님을 찬양하는 일에 쓰이면 더없이 좋아겠지만 그러질 못했습니다. 저들의 음악이란 하나님을 찬양하는 바른 음악이 아니라 향략의 방탕한 소리에 불과했습니다. 이는 퉁소의 히브리 어원이 ‘(관능적인)사랑에 빠지다’라는 동사 ‘아가브’에서 유래한 ‘우가브’라는 데서 유추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유발의 음악은 하나님을 찬양하는 음악이 아니고, 전적으로 육체적인 쾌락과 향략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2) 라멕이 둘째 아내 씰라에게 낳은 아들 두발가인, 딸은 나아마입니다.
창세기 4:22 “씰라는 두발가인을 낳았으니 그는 구리와 쇠로 여러 가지 기구를 만드는 자요 두발가인의 누이는 나아마였더라”
아들 두발가인은 동철과 쇠를 녹여 각양 날카로운 기계와 연장을 만드는 철공업자, 대장장이였습니다.
‘두발가인’의 단어는 ‘두발’과 ‘가인’의 합성어입니다. ‘두발’은 ‘넘쳐 흐르다, 번식하다, 달리다’라는 뜻의 아랍 언어에서 파생된 단어로서, 그것이 ‘가인’과 함께 쓰여 가인 계통 후손들의 번영을 소원하여 이름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라멕의 세 아들 가운데 두발에 그들의 시조의 이름이었던 ‘가인’이 붙은 것은 가인 계통으로 흐르는 죄성(罪性)이 누구보다도 두발가인 때 가장 탁월했음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두발가인은 철 연장이나 철 가구를 날카롭게 제작하였는데, 그 기구들은 건전한 농기구, 평화를 위하는데 쓰이지 않고 아버지 라멕의 살인 도구로 쓰였습니다.
딸 나아마는 라멕의 둘째 아내 씰라의 딸(창4:22下)이요, 두발가인의 누이 동생입니다. 그 뜻은 ‘유쾌하다, 달콤하다, (유난히)아름답다’에서 유래하였습니다. 나아마는 성적 유혹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여자였습니다.
일반적으로 자손의 명단에서 여자의 이름을 삭제하는 것이 고대인의 관습임에도 불구하고 라멕의 딸 나아마가 기록된 것은 그녀가 경건과는 일체 상관없이 미와 쾌락, 정욕적인 면에서 당시에 매우 특출했던 인물이었음을 말해 줍니다.
5) 자식을 신격화 영웅화하였습니다.
철제 기구들은 대량 살인을 일으키게 하였고, 그것은 또한 ‘영웅들의 탄생’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그 결과 자연적으로 영웅을 추대하고 따르는 거대한 악의 세력이 형성되고, 막강한 힘으로 하나님께 도전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것들은 모두 그들의 문명 발달이 가지고 온 악(惡)의 결과였습니다.
모든 문명의 발달은 인간 생활을 편리하게 하려는 인본주의, 그리고 육적인 만족 곧, 성적 타락을 향해 흘러갔습니다. 그 속에는 ‘인간의 내적 능력을 개발시키면 신처럼 초월적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식으로, 언제나 하나님을 무시하고, 반항하여 하나님으로부터 독립하려는 악한 마귀의 역사가 함께하고 있었습니다.
이제부터 라멕에게는 신의 노여움쯤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되고 말았습니다. 아담의 죄는 말씀에 대한 불순종이요, 가인의 죄는 말씀을 거부한 후 살인으로 표출한 것이요, 라멕의 죄는 살인의 보편화, 복수심의 극대화입니다. 죄가 점점 구조적으로 증대되고, 살인하는 피의 복수로 세계는 온통 죄악으로 물들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가인 계열의 불경건은 아담의 7대손인 라멕에게서 최고 정점에 이르렀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