Ⅱ 비참한 타락
THE TRAGIC FALL
하나님께서 그 지으신 사람을 에덴동산에 두시면서, 두 가지 할 일과 한 가지 금령(禁令)을 주셨습니다. 사람이 반드시 수행해야 할 두 가지 할 일은, ‘에덴동산을 다스리며 지키는 것’이었습니다(창2:15). 또한 사람이 반드시 지켜야 할 명령은,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실과를 먹지 않는 것’이었습니다(창2:16-17). 하나님의 공의로운 통치 영역으로서 에덴동산은, ‘하나님의 말씀을 온전히 믿고 순종함으로 온전한 질서’를 이루게 되었습니다.
1. 행위 언약과 불순종
The covenant of works and disobedience
하나님께서는 창세기 2:16-17에서 “동산 각종 나무의 열매는 네가 임의로 먹되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는 먹지 말라 네가 먹는 날에는 반드시 죽으리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말씀을 순종하는 여부에 따라 죽음과 영생이 결정되므로, 이것을 ‘행위 언약’이라고 부릅니다.
행위 언약 체결 후에, 유혹자 뱀이 여자가 혼자 있는 틈을 타서 찾아 왔습니다(창3:1). 여자는 뱀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실과를 먹었습니다. 여자는 뱀과의 대화 내용을 남자에게 말하지 않고,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실과를 남자에게도 주어 먹게 하여 결국 남자도 타락하고 말았습니다(창3:6).
여자가 뱀의 유혹에 넘어간 것은 하나님의 말씀을 온전히 믿지 못하고 순종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 증거는 무엇입니까?
1) 여자는 에덴동산을 다스리며 지키지 못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아담으로 하여금 에덴동산을 “다스리며 지키게”하셨습니다(창2:15). 여자는 ‘에덴동산을 다스리며 지키라’라는 말씀을 하나님으로부터 직접 듣지는 못했지만, 한 몸을 이룬(창2:24) 아담을 통해 들었을 것입니다.
“다스리며”는 히브리어 ‘아바드’로, ‘노동하다, 일하다, 경작하다(창2:5), 힘쓰다(신5:13)’라는 뜻입니다. “지키게”는 히브리어 ‘샤마르’로 ‘살피다, 보호하다, 주의하다, 책임지다. 감시하다’라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다스리며 지키게”라는 말씀 속에는, 에덴동산을 보호하기 위하여 열심히 애를 쓰고 수고하며 힘을 다해야 한다는 적극적인 믿음이 강조되어 있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뱀이 찾아올 것을 미리 아시고, 적극적인 믿음으로 에덴동산을 다스리며 지키라고 하셨지만, 여자는 이 말씀을 온전히 믿지 못하고 소홀히 여겼던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미리 경고하신 대로 하나님의 지으신 들짐승 중에 가장 간교한 뱀이 여자에게 찾아왔습니다(창3:1). “간교”는 히브리어 ‘아룸’으로, 나쁜 의미로 ‘교활한, 간사한, 음흉한, 약삭빠른’ 이라는 뜻을 가지며, ‘거짓 지혜’를 나타내기도 합니다.
뱀은 여자에게 다가와 “하나님이 참으로 너희에게 동산 모든 나무의 열매를 먹지 말라 하시더냐”(창3:1)라고 물었습니다. 여기 “참으로”는 히브리어 ‘아프’로서, ‘진실로 그러하냐?’라는 뜻입니다. 뱀은 하나님과 아담 사이에 어떤 나무를 두고 언약을 세웠는지 몰랐으므로, 그 비밀을 알아내기 위하여 여자를 떠본 것입니다. 이렇게 뱀은 여자가 입을 열어 비밀을 실토할 수밖에 없는 고단수의 유혹을 했습니다.
이때 여자는 ‘궁금하면 네가 직접 하나님께 물어 보아라. 이것은 하나님과 나와의 언약이니 너와는 아무 상관없는 일이다. 네가 왜 에덴동산에 들어와서 간사하게 넘겨짚으려 하느냐? 너는 에덴동산에 해당되지도 않는다. 왜 월권행위(越權行爲)를 하느냐? 어서 나가라!’ 하는 식으로 뱀의 유혹을 단호하게 물리쳤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여자는 유혹자 뱀을 물리치지 못하고, 간교한 뱀과 계속 대화하다가 “동산 중앙에 있는 나무”라는 비밀을 누설하고 말았습니다(창3:3).
예수님께서 요한복음 12:50에서 “나는 그의 명령이 영생인 줄 아노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여자는 ‘에덴동산’을 ‘다스리며 지키라’는 하나님의 명령을 믿지 못하고 불순종하여 영생을 놓치고 말았던 것입니다(창3:22).
예수님께서는 주의 재림을 기다리는 종말 성도의 자세에 대하여, “깨어 있으라”(마24:42, 25:13), “예비하고 있으라”(마24:44)라고 강조하여 말씀하셨습니다.
또 마태복음 24:43에서 “만일 집주인이 도적이 어느 시각에 올 줄을 알았더라면 깨어 있어 그 집을 뚫지 못하게 하였으리라”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아담과 하와에게 주신 ‘에덴동산을 다스리며 지키라’라는 말씀과 일맥상통(一脈相通)하는 것으로, 종말을 앞둔 성도들이 반드시 믿고 순종해야 할 말씀인 것입니다. 우리는 항상 말씀과 기도와 찬송으로 깨어 있어야 합니다. 빈틈없는 믿음으로 깨어 있지 못하면, 사단에게 유혹을 당하여 하나님의 말씀과 멀어지고 복된 자리를 빼앗기고, 결국에는 세상과 짝하는 어리석은 사람이 되고 마는 것입니다(엡4:27, 벧전5:8).
2) 여자는 말씀을 임의로 가감(加減)하였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사람에게 “동산 각종 나무”의 실과를 임의로 먹도록 허락하셨습니다(창2:16). 그러나 여자는 ‘각종’(콜: 모든)이라는 단어를 빼고 그냥 “동산 나무”의 실과를 우리가 먹을 수 있다고 말함으로(창3:2), 하나님의 말씀을 임의로 삭제하였습니다.
또 하나님께서는 “먹지 말라”(창2:17)라고만 하셨는데, 여자는 창세기 3:3에서 “하나님의 말씀에 너희는 먹지도 말고 만지지도 말라”라고 말함으로(창3:2), 하나님의 말씀에 자기 생각을 추가하였습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말씀을 임의로 삭제하거나 또 자기 생각을 함부로 추가해서도 안 됩니다(신4:2, 12:32). 요한계시록 22:18-19에서 “내가 이 두루마리의 예언의 말씀을 듣는 모든 사람에게 증언하노니 만일 누구든지 이것들 외에 더하면 하나님이 이 두루마리에 기록된 재앙들을 그에게 더하실 것이요 19만일 누구든지 이 두루마리의 예언의 말씀에서 제하여 버리면 하나님이 이 두루마리에 기록된 생명나무와 및 거룩한 성에 참여함을 제하여 버리시리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3) 여자는 말씀을 변질시켰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실과를 먹으면 “정녕 죽으리라”라고 말씀하셨습니다(창2:17). “정녕 죽으리라”는 히브리어로 ‘모트 타모트’로서, ‘죽다’라는 뜻의 ‘무트’가 두 번 사용되고 있습니다. 앞에 나오는 ‘모트’는 부정사 절대형으로, 이것이 동일한 동사 앞에 올 때는 그 동사를 강조하는 뜻이 됩니다. 따라서 “정녕 죽으리라”는, ‘먹는다면 정녕 그 누구도 예외 없이 반드시 죽는다’라는 단호한 말씀입니다. 그런데 여자가 “죽을까 하노라”(창3:3)라고 말한 것은, 벌써 하나님의 말씀을 많이 변질시키고 약화시킨 흔적입니다. “죽을까 하노라”라는 말 속에는, 죽을 수도 있고 죽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심이 들어 있는 것입니다. 여자는 하나님의 말씀을 의심하면서 하나님의 절대적이고 준엄한 경고의 말씀을 상대적 가능성을 지닌 말로 희석시켰으며, 하나님 말씀의 권위뿐 아니라 하나님 자신의 권위를 멸시하고 말았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언제나 가부(加否)가 정확합니다.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다는 모호한 태도를 가지면 반드시 사단의 유혹에 넘어가게 됩니다. 요즘 신학자나 목회자들 가운데도 성경을 100% 완전(完全) 영감(靈感)된 하나님의 말씀으로 믿지 못하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의심하면 결국 여자처럼 뱀의 유혹에 넘어가게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여자의 마음속에 있는 말씀에 대한 의심을 간파한 뱀은, 더욱 적극적으로 유혹하였습니다. “너희가 결코 죽지 아니하리라”(창3:4)라고 하면서, 하나님의 말씀에 정면으로 도전하게 만든 것입니다. 이어 간교한 뱀은 “너희가 그것을 먹는 날에는 너희 눈이 밝아져 하나님과 같이 되어 선악을 알 줄 하나님이 아심이니라”(창3:5)라고 말하였습니다. 뱀은 그 교활한 거짓말로(요8:44) 여자의 마음을 뒤흔들어, 하나님과의 언약 관계를 완전히 깨뜨리고 에덴동산의 질서를 무너뜨리려 하였습니다.
뱀의 거짓말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사람이 하나님과 같이 될 수 있다는 교만한 생각을 여자의 마음속에 넣어 주고, 그 교만을 충동하여 사람도 하나님과 같이 될 수 있다는 망상에 사로잡히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피조물인 사람은 결코 창조주 하나님이 될 수 없습니다.
여자는 뱀의 거짓말에 유혹되자 그 마음이 욕심에 사로잡혔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온데간데없고 “먹음직도 하고 보암직도 하고 지혜롭게 할 만큼 탐스럽기도 한 나무”(창3:6)의 열매만 눈에 가득했습니다. 결국 여자는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실과를 따먹고 남편에게도 주어 먹게 함으로써(창3:6) 함께 사망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뱀의 유혹을 받은 여자는 하나님의 말씀을 만홀히 여기고 불순종하여 ‘돕는 배필’이라는 자기 사명을 송두리째 망각하므로 자기도 망하고 남편까지 넘어지게 만들고 말았습니다. 욕심이 잉태한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즉 사망을 낳은 것입니다(약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