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하나님의 구속 경륜
GOD’S ADMINISTRATION OF REDEMPTION
신구약 성경 66권 전체를 관통하는 중요한 주제는 창조주 하나님의 ‘절대주권과 섭리’, 타락한 인간의 ‘구원’(救援, salvation)과 회복이며, 이 구원을 위한 방도와 근거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로 말미암은 ‘구속’(救贖, redemption)입니다.
죄인의 구원과 전 피조 세계의 회복을 위해 하나님께서 죄인 된 인간과 시공간 속에 함께하시며 섭리해 오신 전 인류의 역사, 그것을 통틀어 ‘구속사’라고 합니다.
구속사의 경륜을 연구하고 살펴보는 일은 건축물로 말하면 뼈대에 해당하고, 사람의 몸으로 말하면 척추에 해당할 만큼 매우 중대한 일입니다. 가장 높은 정상에 올라야 쭉 뻗은 거대한 대자연의 운치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듯이, 성경도 구속사의 관점에서 통시적(通時的)으로 살펴야 저자이신 하나님의 뜻에서 이탈하지 않고 명확하게 깨달을 수 있는 것입니다.
구속사의 ‘구속’은 대가를 지불하고 소유권을 회복하거나(마20:28), 노예나 포로가 속박 상태에서 풀려나 자유와 석방을 얻는 것을 의미합니다(롬3:24).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구속 받기 전에는 죄 아래 ‘갇혀’, 마치 사형수가 사면이 완전히 봉쇄된 흑암 속 철장에 갇혀 있는 것과 같고(히: 슁클레이오, 갈3:22), 또는 죄로 말미암아 영적으로 ‘매인 바’ 되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하는 상태와 같았습니다(히: 프루레오, 갈3:23). 가혹한 형벌의 현장에서 아무 소망 없이 이미 정해진 죽음의 한 날을 향해 그저 비참한 상태로 살아가는 신세였던 것입니다. 이렇게 피할 수 없는 죽음의 자리, 사망의 권세에 붙잡혀 있던 인간을 단번에 해방시켜 주신 것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구속’입니다(롬8:1-2).
하나님께서는 흠 없고 순결하신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죄 있는 육신의 모양으로 이 땅에 보내어 ‘죄를 정하사’ 십자가에 못박혀 죽게 하심으로 그 육체로 우리의 죄를 담당하셨으니(롬8:3, 벧전2:24), 우리는 그 보배로운 피로 구속 곧 죄 사함을 받는 것입니다(엡1:7, 벧전1:18-19).
초림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그 보배로운 피는 우리를 죄와 사망으로부터 구속하기 위해 지불하신 ‘속전’(贖錢, ransom money)이며(출30:11-16, 딤전2:6, 참고-민3:44-51, 고전6:20, 7:23), 우리를 십자가의 핏값으로 사신(행20:28, 고전6:20, 7:23) 그 구원 사역은 단번에 이루어진 완전한 것입니다(히7:27, 9:12-14).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만세 전에 작정된 경륜 속에서 십자가를 지시고 세상 죄를 짊어진 하나님의 대속의 어린 양이 되셨습니다(요1:29, 고전5:7). 그것도 “많은 사람의 대속물”(마20:28, 막10:45, 롬5:15, 딤전2:6, 히2:9-10, 9:28)이라 하였으니, 예수 그리스도께서 지불하신 속전의 효과는 구원받기로 작정된 모든 자들에게 미치는 우주적인 은혜이며(행13:48, 갈3:13-14, 딤전2:6, 딛2:14), 그 공효(功效)는 계속적이고 영원합니다(히9:12, 10:12). 이러한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구속사는 하나님의 작정된 경륜 속에서 진행되고 마침내 완성됩니다.
1. 구속 경륜
The Administration of Redemption
택한 백성의 구원을 위하여 하나님께서 만세 전에 예정(predestination)하시고, 전 우주와 세상의 역사 속에 이루시려고 구체적으로 계획하신 뜻을 가리켜 “하나님의 구속 경륜(救贖經綸)”이라고 합니다. 헬라어로 ‘경륜’은 ‘오이코노미아’인데, 이것은 ‘오이코스’(집)와 ‘네모’(분배하다, 할당하다, 관리하다, 경영하다)가 합성된 단어입니다. 한자로는 날 경(經), 낚시줄 륜(綸)으로, ‘일을 조직적으로 잘 계획함, 천하를 다스림, 경험과 그 능력, 솜씨’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경륜은 온 우주와 세계 역사를 주도하는 큰 원동력입니다. 그 속에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역사가 진행되어 가는 분명한 방향이 제시되어 있습니다. 하나님의 구원 역사는 우연히 우발적으로 나타나거나 상황에 맞물려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오직 만세 전에 미리 계획하신 경륜대로 이루어져 가는 것입니다(사43:12-13, 46:10, 엡3:9).
성경에 나타난 경륜은 두 가지로 분류되는데, 첫째는 권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의 ‘계획, 경영’을 뜻하고(엡1:9, 3:2, 9), 둘째는 권위 아래 있는 사람이 위탁받은 ‘직분, 관리’를 의미합니다(눅16:2-4, 고전9:17, 갈4:2, 골1:25). 결국 ‘경륜’이란 창조주 하나님의 구속 계획에 따른 우주 만물의 운행과 질서, 시간에 대한 하나님 자신의 관리와 경영을 가리키며, 피조물 된 우리에게는 그것을 위탁받은 관리인(청지기)이라는 의미로 사용되는 것입니다.
2. 성경에 나타난 경륜의 종류
The Types of Administration in the Bible
사도 바울은 창조주 하나님의 구속 경륜에 대하여 다섯 가지로 선포하였습니다.
1) “믿음 안에 있는 하나님의 경륜”이 있습니다.
디모데전서 1:4에서 “신화와 끝없는 족보에 몰두하지 말게 함이라 이런 것은 믿음 안에 있는 하나님의 경륜을 이룸보다 도리어 변론을 내는 것이라”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믿음 안에 있는 하나님의 경륜”이 나옵니다.
경륜의 주체는 하나님이십니다. ‘사람의 경륜’은 존재할 수 없으며, 오직 ‘하나님의 경륜’만이 존재합니다. 그 이유는, 피조된 인간은 온 우주 만물을 관리하고 경영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경륜은 믿음 안에 있는 것입니다. 믿음 밖에서는, 결코 하나님의 경륜을 이해할 수도 깨달을 수도 없습니다. 오직 믿음 안에서만 하나님의 경륜을 이해하고 그 경륜을 바라보고 그 경륜을 좇아 달려갈 수 있습니다.
2) “은혜의 경륜”이 있습니다.
에베소서 3:2에서 “너희를 위하여 내게 주신 하나님의 그 은혜의 경륜을 너희가 기록함과 같으니”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여기 “은혜의 경륜”은 사도 바울이 복음의 일꾼 된 것이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라는 뜻입니다(엡3:7). 나아가, 사도 바울에게 그리스도의 비밀을 알게 하신 것이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라는 뜻입니다(엡3:2-4). 더 나아가, 이방인들도 하나님의 은혜로 구원의 대상이 되었다는 것입니다(엡3:6).
사도 바울은 하나님께서 세우신 이러한 은혜로운 경륜을 알고, 자신이 이 계획에 동참하여 사역하게 되었고, 그 맡은 일을 감당하게 하시려고 은혜를 주셨다고 증언한 것입니다(엡3:8).
만물의 찌끼 같은 우리가(고전4:13) 지극히 높고 크신 하나님의 원대한 경륜을 어떻게 헤아리며 측량할 수 있겠습니까? 하나님의 경륜을 아는 것은 오직 하나님의 은혜요(고전15:10), 또 만세 전부터 예비하신 그 은혜로 우리가 구원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엡2:8).
3) “비밀의 경륜”이 있습니다.
에베소서 3:8-9에서 “모든 성도 중에 지극히 작은 자보다 더 작은 나에게 이 은혜를 주신 것은 측량할 수 없는 그리스도의 풍성함을 이방인에게 전하게 하시고 9영원부터 만물을 창조하신 하나님 속에 감추어졌던 비밀의 경륜이 어떠한 것을 드러내게 하려 하심이라”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하나님의 경륜이 감추어진 비밀임을 의미합니다. 언제부터입니까? “만세와 만대로부터” 감추어졌던 것이며(골1:26), “영원부터”감취어진 것이며(엡3:9), “만세 전에” 감취어진 것입니다(고전2:7). 그리고 이 비밀은 “하나님 속에 감추어졌던”(엡3:9) 것이므로 하나님께서 그것을 드러내 주시기 전에는 사람은 절대로 알 수 없고, 그저 신비에 싸인 비밀로 남아 있게 됩니다.
에베소서 3:9에서 “드러내게 하려 하심이라”는 헬라어 ‘포티조’로, ‘밝게 하다, 비추다, 조명하다’라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구속사적 비밀의 경륜은 사람의 지혜로는 능히 헤아릴 수 없으며, 오직 성령의 조명을 통해 하나님께서 열어 주실 때 비로소 밝히 깨달을 수 있는 것입니다(시119:18, 130, 고전2:10).
4) “때가 찬 경륜”이 있습니다.
에베소서 1:9에서 “그 뜻의 비밀을 우리에게 알리신 것이요 그의 기뻐하심을 따라 그리스도 안에서 때가 찬 경륜을 위하여 예정하신 것이니”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여기 “때”는 헬라어 ‘카이로스’로, 하나님의 구속사 가운데 어떤 목적이 이루어지는 ‘정(定)한 때, 결정적인 때’ 혹은 ‘특별한 사건이 일어나는 때’를 가리킵니다. 하나님께서 비밀로 감추어 두신 경륜은 결정적인 때가 이르기 전에는 밝혀질 수 없다고 말씀한 것입니다. 하나님의 비밀은 예수 그리스도의 초림으로 성취가 되었고(막1:15), 장차 재림으로 완성될 것입니다. 이것을 에베소서 1:10에서는 그리스도 안에서 만물이 통일되는 것으로 표현하였으니, “때가 찬 경륜”은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과 함께 하나님께서 지으신 우주 만물의 회복을 통해서 완전히 성취될 것입니다.
5) “내게 주신 경륜”이 있습니다.
골로새서 1:25에서 “내가 교회의 일꾼 된 것은 하나님이 너희를 위하여 내게 주신 경륜(직분)을 따라 하나님의 말씀을 이루려 함이니라” 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또 “내게 주신 하나님의 그 은혜의 경륜”(엡3:2)이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하나님의 경륜”, “은혜의 경륜”, “비밀의 경륜”, “때가 찬 경륜”을 사도 바울에게 주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사도 바울에게 경륜을 주신 것은 그를 통하여 하나님의 말씀을 이루시기 위한 것이었습니다(골1:25). 그러므로 사도 바울이 교회의 일꾼이 된 것은 자신의 의지나 뜻대로 된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하나님의 경륜을 따라 된 것입니다. 이것을 깨달았기에 사도 바울은 성도를 위하여 받는 괴로움을 기뻐하고, 그리스도의 남은 고난을 그의 몸 된 교회를 위하여 자신의 육체에 채우며, 하나님의 역사를 따라 힘을 다하여 수고하는 삶을 살 수 있었습니다(골1:24-25, 29).
만세와 만대로부터 옴으로 감취었던 하나님의 구속사적 경륜이 이제 사도 바울을 통하여 그의 성도들에게 나타났습니다(골1:25-26). 하나님의 감추어졌던 비밀을 알리는 것이 바로 교회의 사명입니다. 에베소서 3:10에서 교회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각종 지혜”를 알게 하려 한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교회가 전 세계에 드러내고 전파해야 할 것은 하나님의 비밀이요 영광의 소망이신 예수 그리스도입니다(골1:27, 2:2).
이 땅에 존재하는 모든 성도와 교회들은 “믿음 안에 있는 하나님의 경륜”, “은혜의 경륜”, “비밀의 경륜”, “때가 찬 경륜”, “각자에게 주신 경륜”을 선포하는 영광스러운 사역의 주인공들입니다. 우리가 숨 쉬고 살아 존재하는 이유는 하나님의 비밀의 경륜을 드러내기 위한 사명 때문입니다. 사도 바울은 “하나님 속에 감취었던 비밀의 경륜이 어떠한 것을 드러내는”(엡3:9) 일꾼으로서, 자신의 사역을 통해 하나님의 말씀이 이루어지기를 소망했습니다(골1:24-25). 그러므로 사도 바울은 언제나 하나님의 소원을 따라 ‘하나님의 열심’을 가지고 자진하여 열정적으로 일했습니다(고후11:2). 온갖 죽음의 환난 속에서도(고후1:8-10, 11:23-28) 오직 복음의 비밀이 더욱 담대하게 알려지도록 사도직을 필생(畢生)의 직분으로 감당했습니다(엡6:19). 살든지 죽든지 자신을 통해 그리스도가 존귀히 되는 그 일이, 그의 모든 생애의 간절한 기대이자 소망이었습니다(빌1:20). 사도 바울처럼 복음의 일꾼으로 부름 받은 우리도 하나님의 비밀의 경륜을 깨닫고, 각자 “내게 주신 경륜”을 따라 하나님의 말씀이 온 세계에 편만[두루 편(遍), 찰 만(滿)]하기까지(롬15:19) 복음 선포의 사명을 담대히 감당하시기를 소원합니다.